[사사로운 이야기]

선진국과 후진국
아이디 : admin     이름 : 이승호 leesh@kkucc.konkuk.ac.kr     번호 : 34     조회 : 914
게시일 : 2004-05-28 05: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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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제목으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여기서 누가 선진국이고 누가 후진국이라는 구분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하나의 주제 정도로 이야기를 꾸리려 하였으나, 그간 여의치 않았다. 이제 한 가지의 일을 정리하고 나니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나 할까? 그리하여 오늘은 위의 주제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몇년 전, 3번의 여름철에 유럽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값이 싼 비행기를 타느라고, 방콕 공항을 경우하게 되었을 때, 화장실에서의 일이 기억난다. 용변을 보느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젊은 아가씨가 들이 닥친 것이다. '아니, 분명히 남자 화장실인데,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다. 그 아가씨는 화장실을 청소하러 들어온 것이었다. 20년 쯤 전, 일본에서 인상적인 것이 한 가지 떠오른다. 전철을 타려는데, 대부분 할아버지들이 개찰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이외의 몇 가지 기억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한 동안 떠벌였다. 바로 이런 것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라고. 선진국이 분화가 되어 있고, 후진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그러고 들여다 보니, 선진국은 뭔가가 분화된 것 처럼 보였다.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것이 있다. 돈도 써야 할 곳에 쓰고, 그렇지 않아도 될 곳에는 안쓰던지 덜 쓰고. 후진국에도 있을 것은 다 있고 다 쓰는데, 없어도 될 곳에 있고 안써도 될 곳에 쓰고. 분명이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그러던 중, 요새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발견하였다. 선진국과 후진국은 크게 다른 것이 아닌 것 같다. 사소한 차이가 모여서 그런 구분을 짓는 것은 아닌가 모르겟다. 얼마 전부터, 연구실을 청소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전에는 아마도 이 학교 학생들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근로 장학생 처럼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줌마들이 드러오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학생들은 이곳의 사람들임이 분명하였고, 아줌마들은 아리리쉬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어느 정도 나라는 알지만, 잘 못하면 인종 차별 어쩌구 할까봐 생략함).
  상식적으로는 아줌마들이 훨씬 일을 잘 할 것이라 믿었다. 한 편으론 그렇게 일을 잘하던 학생들이 '왜 잘렸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두 여학생이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하였다. 의자를 치워가면서 열심히 청소기를 돌렸다. 그래서 어쩔 때는 할 수 없이 자리를 일어서야만 하기도 하였다. 며칠에 한 번씩은 책상 위에도 열심히 걸레질을 하였다. 저절로 "thank you!"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요새는 그 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면 'Hi' 정도나 하고 내일을 계속한다. 자리에서 일어설 필요도 없다. 책상은 어떻게 하나 보았더니, 걸레가 지나가기는 지나가는 정도이다.
  나는 여기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면 오바일까? '선진국에서는 한 번 손댄 일을 누가 다시 하지 않게 하고, 후진국에서는 내가 손을 대도 다시 누가 손을 댈 것이라 믿고 있다.' 그렇지 않길 바란다. 내가 오바하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그 아줌마들은 당신들이 한 일에 누군가가(어쩌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각자가) 다시 손을 댈 것이라 믿고 일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되풀이 되는 이야기이지만,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그리 큰 것은 아닌 것 같다.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별 것이 아닌데, 그것이 모이면 그런 구별을 가져오는 모양이다.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이야기 하고 싶지만,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많은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그런 아쉬움에서 조그만 차이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경제대국(경제 규모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온 선진국 시민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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