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이야기]

큰 바람이 지난 뒤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이디 : admin     이름 : 이승호 leesh@kkucc.konkuk.ac.kr     번호 : 62     조회 : 1341
게시일 : 2004-10-02 05: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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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해놓고 마무리 하는데 보름이 넘게 걸렸다. 물론 그 사이에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앞뒤의 연결도 이상하고 하지만, 마무리 않으면 영원히 그럴 것 같아 이제 마무리를 하였다. 그런 기분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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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 날씨는 9월이 최고'라는 말을 들은 것이 엇그제 같다. 그도 그럴 것이 8월에 사람을 그렇게도 썰렁하게 하던 날씨가 9월에 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쾌청한 날이 계속되었다. 여기는 그렇다고 한국에 자랑까지도 하였다. 그런 날씨가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비바람이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듯하였다.

 섬에서 태어나 좀 클 때까지 지내면서 온갖 비바람을 겪었다고 믿었는데, 여기의 비바람과는 비길 바가 못 되었다. 관측을 하지 않아 모르겠으나, 최대풍속이 분명 20-30m/sec는 족히 넘었을 것 같다. 그것도 잠시 아니라 2박 3일의 비 오는 날씨 중 1박 2일을 그런 것 같다. 굴뚝을 통해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무서울 정도였다. 밤에 듣는 폭포소리만 무서운 줄 알았더니, 바람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드디어 오늘 그 바람이 멎었다. 그렇다고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고, 그런 큰 바람이 멎었다. 아침에 집을 나와 보니 동네 표지판 둘 중에 하나가 반쯤 뜯어져 이었다. 뒤뜰에 가보니 온갖 나무 잎이 가득 덮고 있었다. 이래가지고야 가을에 단풍을 볼 수 있을 가 싶다. 언젠가 교양지리 시간에 우리나라 단풍 아름다운 이야기 하면서 제주도의 단풍은 그리 곱지 못하단 소릴 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이곳에서 곱게 물 들은 단풍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단풍 이야기는 이쯤 접고, 집 앞에 전개되고 있는 아침의 상황은 놀랄 만 臼눼? 어제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자동차의 문을 열기조차 어려운 그 바람이 지난 자리치고는 너무도 깨끗하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바람이면, 온갖 시설물에서 날아온 조각들이 판을 치고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이쯤에서 이 사람들이 지어놓은 집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그 바람을 우리 고향 제주도에서 만났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길바닥에 간판이 나뒹구는 것은 둘째로 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작은 차이를 생각하였다. 같은 한국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랬더니, “한국에서는 큰 건물을 잘 건설하잖아요. 아마도 이 사람들에게는 돈을 주고 빌딩을 지어달라고 해도 못할 걸요.”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큰 빌딩을 잘 짓는다. 그러고 보니, 이 나라에서는 큰 빌딩을 보기가 쉽지 않다. 더블린이나 가야 고층 빌딩에 해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아니면 사대주의적 발상인지도. 우리는 너무 큰 것을 쫒는 것은 아닌가. 그 큰 것은 작은 것이 모여서 커지는 것인데, 너무 처음부터 큰 것만을 쫒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은 집을 잘 지을 수 있어야 큰 집도 잘 짓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살고 있는 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큰 흠이 없다. 아마, 한국에서 치면 이 집은 날림으로 지은 집에 해당할 것이다. 주인은 거의 살지 않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세를 주는 집이니, 상상이 갈 것이다. 이쯤이면, 그간 어느 정도 세집을 살아본 나로서는 한국의 그런 집과 이곳의 집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문짝이 온전한 경우가 드물었다. 창문은 잘 맞지 않아 잠그기가 어려웠다. 심한 경우는 문이 떨어지려고 하여 만지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아무도 그 문에 손을 대려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사람들은 처음에 대충 산다고 생각하였는데 문 하나는 완벽하다. 어떻게 이렇게 짜 맞추었을까 할 정도로 잘 맞다. 집에 벽이 있나를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없다. 그것은 어쩌면 날씨 탓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기온 차이가 크니 말이다. 제주도도 그런가를 다시 확인하여야 하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사람들은 집을 참으로 쉽게 짓는 것처럼 보인다. 한 두 사람이 뚝딱거리는 것 같으면 집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기는 하다. 그냥 잊고 지내다 보면 다 마무리 된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그런데도 그렇게 아귀가 잘 맞는지 의아하다. 모두 불량 건물 같은데. 우리는 집을 지을 때, 잘 보지는 못하였으나 좀 요란스러운 것 같다. 이상한 큰 소리도 들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하고. 그리고 우리는 집이 빨리 만들어진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의 격언을 되 세기고 싶다. 우린 너무 일찍 천리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천리가 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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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004-10-02 05:03:32,   62번 글 바로보기 큰 바람이 지난 뒤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1341   2004-10-02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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