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이야기]

아일랜드와 제주도; 지속가능한 관광을 생각하며
아이디 : admin     이름 : 이승호 leesh@kkucc.konkuk.ac.kr     번호 : 66     조회 : 1958
게시일 : 2005-03-28 20: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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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글은 한라일보(2005년 3월 28일자)에 기고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비행기가 더블린 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하고 있을 때, 창밖의 모습은 필자의 고향인 제주도를 보는 듯하였다. 1년간의 보금자리를 틀 곳인 아일랜드 서쪽 끝의 작은 도시 골웨이로 향하는 중부의 완만한 녹색 들판과 돌담은 더욱 그런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고향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아이들 편지의 첫 구절은 모두 ‘아일랜드가 제주도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후에 필자는 아일랜드에서의 1년 동안 자동차로 6만여km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일랜드는 제주도와 너무 닮은 것도 많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들판에 널려 있는 돌과 밭 사이의 돌담, 초록의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말의 모습. 간혹 투박해 보이는 말투를 쓰지만 소박하고 다정한 아이리시. 아일랜드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인사하던 날 이웃 할아버지의 눈시울 붉히는 모습. 이런 모습이 고향 제주도와 너무도 닮았다.
이렇게 닮은 점도 많지만, 관광지의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감이 있었다. 우선 어디에서도 인공 시설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25년 전쯤에 처음 찾았던 섭지코지의 모습이 선하였다. 어디를 가던 지 바로 그런 모습이다.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고향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바로 그 점이 아일랜드의 매력이다. 자연의 모습을 즐기기 위해 매년 인구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다. 관광지의 펍에서는 아일랜드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 거의 매년 찾아온다는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관광지에서의 물건 값은 필자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 몇 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이언츠 코지웨이와 클립스 오브 모어라는 관광지에서 동행한 제자가 차 한 잔 마시자는 것을 만류하였다. 당연히 값이 터무니없을 것이라 여겼다. 알고 보니 커피 값은 우리 돈으로 2천원을 넘는 곳이 드물었다. 아무리 인파가 북적이든 명성이 자자한 호텔에서든. 어디든 그 값은 비슷하였다. 모든 가격이 그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때로 바가지를 쓰지 않나 하고 염려해야 하는 것과는 크게 거리가 있었다.
휘황찬란한 숙박지 간판에 익숙한 필자는 처음 여행에서 숙박 시설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 2, 3층을 넘지 않는 데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간판도 없다. 심지어 초가지붕을 하고 있는 호텔도 많았고, 그 자체가 운치가 있어보였다. 새마을 운동을 한다고 모두 걷어 내어버린 우리의 초가지붕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런 숙박지를 나서면서, 필자의 가족은 모두 “다음에 꼭 또 오자”는 말을 남겼다. 어디를 가든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양 같은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여행께나 하고 다닌 필자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몇 번이었나를 떠올려보았다. 민박집에서도 호텔에 비하여 떨어지지 않는 침구류와 시설, 서비스 그리고 몸에 배인 듯한 친절함. 저절로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후에 ‘바로 이런 것이 경쟁력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필자의 가족들은 아일랜드의 더블린 공항을 떠나는 순간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였다. “꼭 다시 오자”고.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속적인 볼거리와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볼거리는 개발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 더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매력인 것이다. 특히 제주도처럼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라면 더욱 더. 놀이 시설이나 인공적인 것은 어디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바로 제주도에서만 가능한 볼거리이다.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매력적인 것이 있을 때 가능하다. 자연 그대로의 볼거리, 속지 않았다는 믿음 그리고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이야 말로 바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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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05-03-28 20:48:20,   66번 글 바로보기 아일랜드와 제주도; 지속가능한 관광을 생각하며 1958   2005-03-28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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