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이야기]

비가 오는 낯선 밤길을 운전하고서
아이디 : admin     이름 : 이승호 leesh@kkucc.konkuk.ac.kr     번호 : 67     조회 : 1824
게시일 : 2005-08-08 15: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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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찾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사회간접자본에 매우 실망스러워 한다. 아마 우리와 비교한다면 아일랜드의 항구를 왕래하는 페리 시설만이 좀 낳은 편이고, 그 외에는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뒤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기차를 타본 사람이나 버스를 타본 사람이나, 아니면 차를 운전하고 다녀본 사람이라도 그 시설을 칭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국내의 한 신문 기자는 수도 더블린과 제 2의 도시 코크를 자동차로 5시간 반이나 걸린다면서 그들의 사회간접자본을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며칠 전 낯선 곳에서 밤에 운전을 하다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났을 때 아일랜드에서 비슷한 상황이 떠올랐다. 아마도 카반(Cavan)이란 타운 주변에서 드럼린 사진을 찍고 골웨이로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반에서 골웨이로 가기 위해서는 N55와 N63을 타야 하는데, 아일랜드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도로 번호의 숫자가 커질수록 주요 도로라는 개념에서는 멀어지는 것 같다. 당시 필자는 한마디로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소나기와 같은 비를 만난 것이다. 며칠 전 밤에 필자는 청주시의 외곽 도로를 달리던 중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났다.
  청주에서의 운전은 감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차선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때 필자는 밤눈이 어두운 것이라 착각을 한 적도 있다. 밤이 되면 차선이 보이질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 상황인데 소나기가 강하게 쏟아 부어대니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에도 뒷 차는 빨리 안 간다고 빵빵거린다. 사고를 내지 않고 달리는 차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표현을 쓰기가 미안할 정도로 아일랜드의 도로는 그와 정 반대였다. 오히려 밤에 비가 내릴 때 더욱 그 도로의 진가를 발휘한다고 해야 할지. 아일랜드의 모든 국도(도로 번호에 'N'이 붙는 것)와 주요 지방도로(도로 번호에 ‘R'이 붙는 것)에는 차선에 반사등을 박아 놓았다.
  처음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차로 변경을 하면서 노면의 울퉁불퉁한 것을 불평한 적이 있는데, 후에 알고 보니 반사등 때문이었다. 모든 차선에는 반사등이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교차로가 다가오면 그것을 알려주는 색으로 가장자시 선의 반사등 색이 바뀐다. 즉, 가장자리선에 황색등이 반사되다가 교차라가 다가오면 초록색 등으로 바뀐다. 그러니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차선은 명확하게 구별된다. 그러니 우리의 지방도보다도 못한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편도 2차선 도로(중앙분리대가 있는)를 시속 80km로 달려야 하는 것에 크게 비교가 된다.
  필자는 이런 것을 경쟁력이라 이해하였다. 그런 좁은 도로이지만 마음껏 달릴 수 있게 해 놓은 작은 시설이 바로 경쟁력이라 믿는다. 어떤 이는 일인당 소득 3만불을 넘는 나라의 도로가 왜 이 모양이냐고 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우리도 이제 길을 넓히려고만 애를 쓰지 말고, 현재의 도로를 안정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디를 가던지 거의 볼 수 있는 것이 도로 공사 현장이다. 가는 곳 마다 길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현 생태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도로 확장에 들어가는 수많은 돈이 다른 더 필요한 곳으로 돌려 쓸 수 있으니 우리의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눈에 보이는 큰 것만 하려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필요한 것부터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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