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변의 기단

 우리나라는 열 균형이 이루어지는 중위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단의 발원지로서는 적합하지 않으나, 계절에 따라서 고위도와 저위도에서 발원한 다양한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기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기단은 시베리아기단과 북태평양기단, 오호츠크해기단이다(그림 3-x).  적도 기단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적도 기단에서 형성된 태풍이 영향을 미칠 때는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시베리아 기단은 우리나라의 기후에 가장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늦장마가 끝나면서부터 오호츠크해 기단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까지 혹은 장마가 시작 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시베리아 기단의 원래의 성격인 한랭 건조한 상태로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12월에서 3월 초에 걸쳐 집중적이다.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을 때는 겨울 계절풍인 북서풍이 부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 바람은 우리나라에 한파를 가져오는데, 이 때 호남 서해안 및 도서지역에서는 많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그림 3-x).  이는 쿠로시오 난류가 흐르는 서해상에서 형성된 구름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흑조(黑潮)현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랭한 대륙성 기단이 상대적으로 온난한 해양을 지날 때, 온도 차에 의하여 구름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겨울철의 위성 영상을 보면, 시베리아 기단이 영향을 미칠 때는 그 세력이 미치는 범위까지 구름이 분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구름이 육지로 이동하면서 지형을 만나 강제 상승하면, 더욱 발달하여 강설 현상이 나타난다.  노령산맥의 서사면의 호남 서해안지역과 제주도의 한라산 북사면 그리고 울릉도의 대설은 이와 관련 있다.
시베리아 기단이 발원해서 2-3일 경과하면, 서서히 그 세력이 약화하면서 원래의 성격이 변질되어 온난 건조한 상태(cPw)가 되며,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일 때를 이동성 고기압이라고 부른다.  이 때는 비록 겨울이라 하여도 이른 봄과 같이 포근한 날씨가 나타난다.  이 공기는 원래 성격의 시베리아 기단과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불연속이 형성된다.  이 불연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때는 강설현상이 나타나면서 포근하다.  삼한 사온은 이와 같이 겨울철에 시베리아 기단의 세력의 확장과 약화의 주기에 의해서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기후현상이다.  그러나 시베리아 기단의 성쇄 주기가 일주일 정도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더 강해질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3일 춥고 4일 포근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삼한사온에 대한 논쟁은 의미 없는 것이다.
늦겨울에 들면서 다시 지표면이 가열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베리아 기단이 점차 약화된다.  그러므로 한 겨울에는 화중지방 부근에서 변질되던 것이 화북지방에 이르면서 변질되기도 한다.  이때는 편서풍에 의해서 그 공기가 동진하는데, 그 중심이 우리나라의 북동쪽에 위치하면 북동풍이 분다.  영동지방에는 이 북동풍과 관련하여 많은 강설이 형성된다.  서해안에 폭설이 내리는 것과 같이, 한랭한 공기와 해양 사이에 불연속선(구름 발달)이 형성되고, 이 구름이 태백산맥에 부딪쳐 강제 상승하면서 많은 눈을 내린다.  지형적으로 급경사이기 때문에, 좁은 구간에서 급하게 상승하여, 보통 폭설을 야기한다.  2, 3월의 영동지방의 폭설은 대부분 이와 관련된 것이다.
봄과 가을철에는 주로 시베리아 기단이 변질된 상태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는 시베리아 평원이 상당히 가열된 상태이므로 그 힘이 강력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때는 대체로 선선한 날씨이나, 그 때의 풍향이 기온 분포에 영향을 미친다.  즉, 북풍계의 바람이 불 때는 선선하지만, 초가을에 남풍계 바람이 불 때는 마치 여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륙지방에는 가을이 들면서 안개의 빈도가 증가하는데, 이는 이 기단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되어 있고, 우기를 지나서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기 때문이다. (가을의 전령사)
한 겨울의 시베리아 기단은 우리나라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가옥구조는 대체로 남부지방에서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폐쇄적이다.  이는 한랭한 겨울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제주도를 포함한 도서지방도 위도대에 비해서 페쇄적인 가옥구조를 취하는데, 이는 겨울철의 강한 북서 계절풍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제주도 주민들은 대체로 말을 빠르게 할 뿐만 아니라, 단어의 길이가 짧은데, 아마도 강한 바람에 적응한 것인 것 같다.  
북태평양 기단은 주로 한여름에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그 기간은 짧아서 대체로 장마가 끝나고 늦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북태평양 기단은 고온 다습한 해양 상에서 발원하기 때문에 매우 고온 다습하여, 그 영향 하에 있을 때는 마치 열대 기후를 연상하게 할 정도이다.  종종 열대야기 지속되는 경우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기 때문에 야간에도 대기 중에 많은 열이 저장되어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기단은 권계면 고도에서부터 하강기류가 형성되는 곳에서 발원하여 매우 안정하다.  이 기단은 우리나라로 이동하면서 쿠로시오 난류 위를 지나는데, 이때 하층에서 더욱 가열될 뿐만 아니라 많은 수증기를 흡수하게 되어 대기층이 매우 불안정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기층은 연중 가장 불안정한 상태이고, 이 때 지표면이 가열되면 오후에 적운이 발생하고, 그것이 더욱 발달하면 소나기와 뇌우를 발생시킨다.  대표적인 대류성 강수인 여름철의 소나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철 기후현상이다.  
북태평양 기단은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짧지만, 주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우리나라에서 벼농사가 가능한 것은 여름철에 이 기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개방적인 가옥구조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여름철의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하여 염장식품도 발달하였다.  
오호츠크해 기단은 장마가 시작되기 이전의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미치며, 장마 전 건기의 원인이 된다.  발원지인 오호츠크해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영동지방은 이 기단의 영향 하에 있을 때 한랭 습윤하여 음산한 날씨가 나타나지만, 영서지방은 높새현상으로 고온 건조하다.  이 때, 영동과 영서지방의 기온 차이는 10℃를 넘기도 한다.  높새 현상이 나타날 때의 최고 기온은 30℃를 훨씬 넘기도 하지만,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적기 때문에, 열이 저장되어 있지 않아 아침 기온은 낮다.  햇살이 따가우나, 그늘에서는 기온에 비하여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시정이 좋아서 서울에서 멀리 개성의 송악산을 볼 수도 있다.